미군부대에서 시작
힘들었던 부사관 기본군사 훈련과 특기교육 훈련을 마치고 항공통제특기(1713) 를 부여받았다. 관제사라는 직업은 익숙했지만 항공통제는 도대체 어떤 업무를 하는지 생소했다. 그 생소함은 자대 배치를 받은 오산 부대에서 군생활을 시작하며 해소되기 시작했다.
부사관으로 임관 후 영내 1년 생활을 미군부대에서 시작하면서 온탕과 냉탕을 함께 경험을 했다. 간부로 임관을 했지만 영내 생활과 사병들과 함께 점호받고 식사를 했던 부분은 간부로 대우받고 있다는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이런 생활을 하려고 사병에서 노력해서 이 자리까지 왔나'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많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미군부대의 특혜라고 해야 될까, 미군 레스토랑과 패스트푸드점을 자유롭게 이용하며 다른 부대에서 누릴 수 없는 경험을 했다. 그렇게 1년간의 영내대기를 끝내고 2년 차에 부대 근처 아파트로 이사를 하면서 다른 영외 출근 간부들과 같이 출퇴근 생활을 하며 진짜 직업군인 생활을 시작했다.
항공통제
하늘의 불침범이라 불리는 항공통제 장병들은 24시간 대한민국 영공을 감시하며 수호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나 또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면서 24시간 교대근무와 업무환경에 적응을 해 나갔다. 관제사가 되고 싶었지만 신체검사에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통제특기를 받아 한동안은 못내 아쉬워했던 것 같다.
관제사는 부사관이 직접 관제 업무를 수행하는 반면 통제 부사관은 통제사와 팀워크를 이뤄 관제 보조를 수행하는 차이점이 있으며, 항공기의 관제범위 등 많은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중감시, 식별, 무기통제 등 3가지 분야를 경험하면서 업무강도에 대한 스트레스와 교대근무로 인한 체력적인 한계를 경험하였다.
그 과정을 이겨내면서 비슷한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그것이 바로 '항공운항관리사'였다. 운항관리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계획을 세워 준비를 하기 시작했고 전역을 결심하게 되었다.
운항관리사
운항관리사가 되기 위해 난 정말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운항관리사 면장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국가기관 지정 전문교육기관(항공대 또는 한서대 등)에서 교육을 이수해야 되는데 그 조건을 충족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외국 정부가 발행한 면장취득에 도전하기로 했다.
이 경우 외국면장 보유만으로 국내 면장 전환에 도전할 수 있다. 아마도 소위 비전공 출신의 많은 운항관리사들이 이 과정을 통해 운항관리사를 준비했을 것 같은데 나 역시 국내 FAA Dispatcher 과정을 통해 미국 면장을 취득 후 국내 면장 전환으로 항공사 운항관리사가 될 수 있었다.
항공사의 운항통제실은 항공기에 대한 실시간 비행감시 및 비행계획서 작성, 노탐분석, 비정상 발생 시 스케줄 조정 및 대관업무 등 상당한 스트레스를 동반한 업무를 수행한다.
비행감시
신입 운항관리사로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맡은 업무가 바로 비행감시이다. 군에서 항공통제 업무를 할 때 비슷했던 업무가 공중감시인데 비행감시가 아주 비슷한 업무라고 보면 된다.
항공기의 출발 전부터 지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항들을 무전기(워키토키)를 통해 모니터링하고 푸쉬백(Push Back or Ramp Out)부터는 ATC(Air Traffic Control)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Ramp/Ground Control에서 항공기가 활주로 진입 전까지, 활주로 진입부터 이륙 후 일정 고도까지는 Tower Control, 그리고 이후부터는 Departure -> Enroute 등 항로관제까지 관제이양을 하는 과정을 모니터링을 한다. 간혹 관제 모니터링을 통해 비정상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사전에 미리 파악하여 조치를 취하거나 준비를 할 수가 있다.
비행계획
비행계획은 업무기간에 따라 처음에는 국내선 비행계획을 담당하고 이후에는 국제선 비행계획 업무를 맡는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그들의 항공사에 맞는 비행계획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선은 항공기의 자중과 만석 기준의 승객 중량으로 일괄 적용하여 기상에 따른 연료량만 매일매일 다르게 적용하여 승무원들이 직접 출력할 수 있게 운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선 비행계획의 경우는 이와는 다르다.
Jetplanner 나 Lido 또는 Navblu 등의 비행계획 시스템을 통해 그날 변화되는 기상치가 반영되어 비행계획서가 작성된다. 추가로 해당 노선의 국가에서 발행된 NOTAM(Notice To Airmen)과 예약승객, Lower Compartment에 적재되는 화물 중량을 모두 확인하여 총 탑재 예상 중량을 반영한다.
간혹 해당 항공기에 ACL(Allowable Cabin Load)이나 연료 탑재, 운항고도 등에 영향을 끼치는 MEL(Minimum Equipment List)이 적용되면 제한사항을 면밀히 파악하여 비행계획에 반영한 최종 비행계획서를 발행한다. 국제선의 비행계획서는 최소 3~4시간 전에 작성되고 관제기관에 ATC Flight Plan까지 제출한다.
비행이 끝나면 운항승무원의 확인이 완료된 비행계획서의 1부를 전달받으며 운항 중 특이사항에 대한 디브리핑(De-briefing)을 받고 운항은 종료된다. 간혹 비행 중 발생한 특이사항은 다음 비행을 준비하는 운항승무원의 브리핑에 전달되어 운항준비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 밖의 업무
운항관리사는 그 밖에 각 국가들이 발행하는 AIP(Aeronautical Information Publication) 관리, 항공기 정시성 관리, 슬랏(Slot) 배정 관리, 주기장 관리, 영공통과, 항공기 스케줄 조정 등 항공기의 운항에 관여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기상악화나 항공기 결함으로 인한 항공기 운항이 불가할 경우 운항결정(결항, 지연, 추가운항편)등을 내리고 비행정보실에 신고를 한다. 또한 각 공항의 항무통제실과 협의하여 일일 주기장 배정을 하며 그라운드에서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한 출발 지연이 발생 시 스케줄 조정이나 여러 부서 간의 업무 조율을 통해 지연을 최소화하는 정시성 관리 역시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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